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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수법이 진화하며 피해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지만, 범인 검거와 피해자 보호 절차는 아직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 해결 방안 모색 과정에서 일부 기업과 기관 간 의견 충돌이 발생하며 생긴 입법 사각지대가 곳곳에 있어서다. 사기범들은 이 같은 현행법 허점을 파고들며 마음껏 활개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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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18일 제4회 ‘사기방지 자문위원회’ 정기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의 주요 안건은 최근 횡행하는 ‘사칭 노쇼(예약 부도) 사기’ 등 신종 보이스피싱 유형에 대한 제도적 보완 방안이었다. ‘재화 공급과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고 명시한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법을 개정해 노쇼 사기에 대한 수사 속한국주철관 주식
도를 높이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금융위원회 반발로 흐지부지됐다. 온라인 거래 위축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금융위 측은 “전기통신금융사기법의 예외 조항을 축소할 경우 중고거래 사기 등 일반적인 사기 범죄에도 적용돼 현장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앞서 2011년 해당 법이 제정될 당신종플루수혜주
시에도 “온라인 상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며 피해금 환급 대상이 되는 사기 종류에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을 가장한 행위’에 대한 예외 조항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다는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들의 정보는 보호GIANT현대차그룹 주식
해주지 못한 채 ‘보이스피싱범의 개인정보’만 보호해주고 있다.
경찰은 빠른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범행에 이용된 전화번호와 계좌정보를 경찰·통신사·은행·카드사 등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사기 의심 전화번호를 실시간 차단하는 ‘긴급차단 시스템’을 구현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도입은 무산됐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범죄에 쓰인 전화번호조차 경찰이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없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피싱범들은 온갖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상황에 개인정보보호법이 오히려 범죄자들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추세에 발맞춰 과감한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도입된 금융사의 자율배상제도는 도입 1년 만에 유명무실해졌다. 자율배상제도는 비대면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사가 책임을 분담하는 제도다. 지난해 은행권을 대상으로 시행해 올해부터는 제2금융권으로 참여 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실제 배상액은 1억5500만원에 그쳤다.
자율배상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대상자가 한정적이어서다. 현행 자율배상제도는 △이용자 본인이 직접 지급 지시한 금융거래 △재화의 공급이나 용역의 제공을 가장한 거래로 이용자 본인의 의지로 신청 계약한 금융거래 △간편송금업체(OO페이)를 통한 금융거래로 인한 금융사고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사실상 해당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외국인 명의 휴대전화 역시 관리 체계가 부실한 틈을 타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요 도구로 떠올랐다. 알뜰통신사는 기존 이동통신사와 달리 본인인증 절차를 간소화해 외국인은 외국인등록증만 있으면 쉽게 비대면으로 대포폰을 개통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 점을 노려 불법으로 획득한 외국인의 개인정보로 대포폰을 대거 개통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명의 대포폰 적발 건수는 7만1416건으로, 전체 대포폰 적발 건수의 73.3%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문제가 생긴 업체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외국인 명의 회선이 급증한 경우에 대한 사후 점검도 실시하지 않는 등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허점이 장기간 방치되는 동안 보이스피싱 피해 범위와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나 친인척을 사칭하는 건 물론 같은 처지의 피해자로 위장해 사기범에 대한 의심을 누그러뜨리거나 피해 신고를 늦추는 등 고도화·다각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싱을 척결하기 위해서 법 적용 범위에 대한 유연한 해석과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사기 범죄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빠른 수사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며 “현장 인력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피해자 보호를 우선순위로 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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