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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맨 앞에 놓인 시인의 말에 김혜순은 이렇게 적었다. “엄마, 이 시집은 읽지 마, 다 모래야.” 전작 ‘날개 환상통’에서 ‘새하기’를 이야기하던 시인은 이제 ‘모래보기’를 자처한다. 그것은 망각 속에서 기억을 건져 올리는 일이다. 잊힌 자들의 안부를, 사라진 존재의 생사를, 낙인을 거부하다 쫓겨난 자들의 후일담을, 지워진 이들의 명복을 줄기차게 묻는 일이다. 사상누각일지라도 모래로 계속해서 집을 짓는 사람처럼, 날개가 부러져 모래 더미를 파헤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사람처럼. 나는 것도, 파헤치는 것도 결국 흩 코리아크레딧뷰로 어지는 일이다. Sand(샌드)를 나누어 적으면 s-and(에스-앤드)이기도 하듯, 그는 징후(sign/symptom) 그리고를, 이후를 헤아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징후 속으로, 낌새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에 광역자치단체 수록된 시 ‘체세포복제배아’, 김혜순 지음, 문학과지성사(2022)


달이 지구를 돌 듯, 오늘이 어제를 그리워하듯, 죽음 이전에 앓음이 있듯 어느 것 하나 온전히 겪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거대한 병원”이 된 세상에서 김혜순은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존재들의 신음을 듣는다. 바다 위를 자유로이 은행별아파트담보대출금리비교 나는 새들 아래로는 모래벌판이 펼쳐져 있고, 새들도 언젠가는 모래알이 될 것이다. 제아무리 악력이 세도 모래알들은 손가락 틈으로 자꾸 새어 나가려고 한다. 소멸하면서 역설적으로 생생해지는 것을 떠올린다. 죽음이 인접할 때 강렬해지는 생의 의지처럼, 절망이 가득할 때 간절해지는 희망처럼. 더 이상 날지 못해 주저앉았던, 주저앉다 못해 바스러져 모래가 된 존재 하나은행 마이너스통장 금리 앞에서 그는 묻는다. “모래는 제가 모래가 된 걸 아는가?”(‘오아시스’) 이제 모래의 말을 들을 차례다.



오은 시인